아버지와의 대화[진리에 대하여]
아버지와의 대화[진리에 대하여]
이르시되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너희에게는 주었으나 외인에게는 모든 것이 비유로 되나니
이는 그들로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며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여 돌이켜 죄 사함을 얻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 하시니
마가복음 4장 11~12절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단어가 머리에서 빠져나와서 책상 앞에 널부러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글을 너무 오래 쓰면 오히려 말이 잘 안 나오곤 한다. 언어가 부족한 것이다.
현재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팔란티어의 창립자이자, 밴스 부통령을 트럼프에게 추천한 피터 틸에게 영향을 준 철학자가 있다. 스트라우스는 피터 틸이 스탠포드에서 철학 공부를 할 때 연구했던 철학자이며 은폐된 진리를 이야기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근본주의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내가 항상 들어야 했던 익숙한 논리 다음과 같았다.
'니체 철학이 영향을 준 상대주의는 진리와 도덕의 근간을 파괴하며 이것은 근본적으로 기독교와 반대되는 사상이다.'
만약 내가 세상에 진리가 존재하는가 묻는다면 교회 사람들은 그렇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러하였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진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도 진리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무언가 진리로 여겨질 만한 '어떠한 것'이 분명히 세상에 존재한다고 느껴왔다. 이 느낌은 너무나도 본능적인 감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는 아버지께 물었다.
진리가 존재하는 편이 인류에게 좋은 것은 알겠는데, 그 진리란 것이 정말 존재하기는 할까? 존재한다면 우리는 왜 진리를 알 수 없는거지?
아버지는 말하였다.
그 진리가 뭔지 우리는 도통 알 수가 없다. 진리는 언어보다 더 깊은 차원에 존재하거든. 언어에 진리를 담는건 매우 어려운 일이야. 불가능에 가깝지. 시인들을 봐봐. 언어로 명확하게 표현하기 힘든 개념들을 표현하기 위해 정말 정교하고 높은 수준의 단어를 사용하잖아. 도스토옙스키도 진리는 무엇이다 딱 말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말로 표현할 수 없으나 분명히 느끼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굉장히 특수하면서도 공감할 만한 상황들에 인물들을 밀어 넣지. 오히려 진리를 언어로 완벽히 표현한다면 그건 이미 진리가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진리를 안다고 하는 그 순간 그건 진리라고 할 수 없으니까. 진리는 영원히 감춰져 있으면서 우리에게 드러나 있어.
과거 사람들도 우리처럼 진리에 대해 고민했겠지.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는 숭고한 무언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을 거야. 우리는 우리가 느낀 그 가치들을 음악이나 글, 그림 또는 수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표현하지만, 수학과 과학이 생기기 전에 고대 사람들은 신화나 전설을 통해 진리를 담아냈을 거야. 은폐된 형태로.